소니의 게임 던전

이 삼성 노트북은 나에겐 정든 친구와도 같은 노트북이었다. 이걸로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 모든 학교 과제도 이 노트북으로 했고, 게임 제작, 프로그래밍, 영화/음악 감상, 이미지 편집, 컴퓨터 게임 (주로 마인크래프트), 글쓰기, GNU/리눅스 설치해서 서버 돌리기, 블로그 글쓰기, 기타 악보 대용 등등 모든 취미와 공부, 여가생활을 모두 이것으로 해왔다. 어렵고 낯선 미국 생활 전부를 이 노트북과 함께 했으며, 새벽까지 이 노트북을 앞에 두고 코드 속에 숨겨진 풀리지 않는 버그에 머리를 쥐어 싸기도 했었다. 남는 시간에 팝콘과 콜라를 가져다 놓고, 옛날 영화를 모니터에 연결해서 보며 나름의 여유를 가지기도 했었다. 그만큼 이 노트북은 즐거움과 괴로움, 그리고 외로움을 함께 나눈 전우이자, 또 아무리 가지고 놀아도 질리지 않는 장난감인 그런 만능친구였다. 그렇기에 나름 언제나 신경을 써서 애써 간직해왔었다.

 

그러나 힌지 부분이 오랫동안 노화되어 서서히 크랙이 생기기 했고, 드디어 오늘에 완전히 부러져버렸다. 언제나 그랬듯 테이프로 칭칭 감아놨지만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다. 사실 힌지가 노화되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도 거의 몇 년이니 수년간을 잘 버텨준 셈이다. 나는 지난 수년간 언제나 아직 더 쓸 수 있다며, 아직은 문제 없이 작동한다며 그간 작별을 미뤄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고통받지 말고, 더 이상 망가뜨리는 대신, 편히 쉬게 해주는 것이 친구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더 함께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그만 놔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녀석에게 손이 이미 길들여져 버려, 다른 노트북을 쓰게 되면 손에 익지 않은 그 낯설음이 굉장히 섭섭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안녕. 고마운 내 친구야.